“5.18항쟁 역사왜곡 세력 처벌해야”

‘자유한국당 5.18 모욕’에 분노한 광주 시민들

민중의소리 | 기사입력 2019/02/17 [22:24]

“5.18항쟁 역사왜곡 세력 처벌해야”

‘자유한국당 5.18 모욕’에 분노한 광주 시민들

민중의소리 | 입력 : 2019/02/17 [22:24]



자유한국당의 '5.18 민주화운동 모욕'에 분노한 광주 시민들이 추운 날씨에도 금남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16일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 모인 시민들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망언을 쏟아낸 자유한국당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을 제명시켜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또한 '5.18민주화운동은 북한 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주장한 지만원 씨를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일처럼 대학살을 부정·왜곡·폄훼하는 발언에 대해서 처벌할 수 있도록 '5.18역사왜곡처벌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3인 망언의원 퇴출과 5.18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을 위한 광주범시민운동본부'는 이날 '5.18역사왜곡 처벌을 위한 광주범시민궐기대회'를 열어 "자유한국당 스스로 국회의원직 제명에 나서지 않을 경우, 촛불혁명과 같은 국민적 분노와 투쟁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약 1만명(주최측 추산)의 광주 시민들이 운집했다.

 

김후식 5.18부상자회장은 연설문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은 이미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통해 국민저항권으로 인정된 민주항쟁이다"라며 "그럼에도 이를 부정하는 자유한국당과 지만원의 책동은 이 나라의 모든 법률과 제도를 부정하는 반민주세력이며, 그들이야말로 진짜 '반국가 집단'이 아닐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우리는 더 이상 지만원을 비롯한 역사왜곡 세력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을 비호하고 지원하는 자유한국당 역시 대한민국 정당으로서 본분을 되찾을 때까지 상응하는 투쟁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분노한 광주로 몰려든 정치권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제명, 지만원 수사" 한 목소리로 촉구

 

이날 분노한 광주시민들은 물론 정치권 인사들도 금남로에 모여 '자유한국당 망언 3인방' 퇴출을 촉구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역사의식 없는 사람들이 당대표, 최고위원을 한다는 것은 공당이길 포기하는 짓이다. 국회는 하루 빨리 제명 조치해주시길 바란다"라며 "독일은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부정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홀로코스트법을 시행한다. 우리도 5.18 망언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홀로코스트 발언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해 "국회의원 한 사람으로서 괴물적 인식을 가진 국회의원과 함께 할 수 없다. 우리 힘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떼자"라고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 제명을 촉구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망언을 한 3명을 국회에서 퇴출시키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1/3 (동의가) 필요하다. 자유한국당 중 반드시 동참해줄 의원 15명이 나와야 퇴출이 가능하다"라며 "(동참해 줄 의원)15명 이상을 만들기 위해서 저희들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지만원이 보수논객이라는데 소가 웃을 일이다"라며 "지만원은 강력한 사범이자, 정치 테러범이니 즉각 구속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궐기대회 막바지에는 참가한 시민들 사이로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과 지만원 씨, 전두환 씨가 포승줄에 묶여 죄수복을 입고 있는 대형 현수막이 등장했다. 현수막에는 '자유한국당 해체, 망언의원 퇴출, 지만원 구속, 학살자 전두환 처단'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현수막이 광주 시민들 머리 위로 덮혔다. 일부 시민들은 현수막에 그려진 이들을 보자마자 사회자가 '찢어 달라'고 하기도 전에 현수막을 찢기도 했다. 본격적인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저마다 욕설을 내뱉으며 현수막을 갈기 갈기 찢었다. 일부 시민들은 아주 작은 조각이 될 때까지 찢고 또 찢으며 울분을 토했다.

 

재현된 1980년 5월 광주 
광주 지켰던 1980년 5월 택시, 지금도 광주 택시는 분노

 

이날 광주 금남로에 나선 시민들의 모습은 1980년 5월 당시 광주를 연상케 했다.

 

5.18민주유공자회의 어머니들도 5.18 당시처럼 거리 한 켠에서 찰밥을 둥글게 말아 김가루를 묻혀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주먹밥을 만드는 것을 돕던 추 모 (61) 씨는 "1980년 5월 광주에서도 어머니들이 금남로에서 주먹밥을 나눠줬다. 당시에는 김가루는 없었다. 어머니들이 찰밥을 지어서, 둥글게 말아서 줬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로 상경해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규탄 농성'을 진행하며 울분을 토로하기도 했던 추 씨는 이날 만큼은 환히 웃었다. 광주 시민들은 유가족들의 손을 잡으며 서로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주먹밥을 전하는 이도, 받는 이도 따듯한 온기를 나눴다. 

 

주먹밥을 손에 든 광주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라고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진압군에 대항해 가만히 있지 않고 싸웠던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의 모습과 겹쳤다.

 

광주에서 20여년 째 택시를 몰고 있다는 한 택시 운전사는 "1980년 광주나 지금 광주나 택시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1980년 당시 광주 택시기사들은 진압군이 투입되자,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고 2천여대가 금남로로 몰려갔다"라며 "지금도 광주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냐면, 택시 기사들이 모이기만 하면, '광주 택시들이 하루 날을 잡아서 국회로 쳐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한다"라고 전했다.

 

자유한국당의 5.18 모욕에 대해서 목소리 높여 말하던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택시운전사는 한숨을 크게 한 번 쉰 뒤 "나는 당시 서울에서 대학원 공부를 해서, 나중에 광주에 있던 가족들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전해 들은 이야기만으로 마음에 한이 생겨버렸다"라고 말했다.

 

그가 전한 1980년 5월 당시 광주 이야기는 '참담' 그 자체였다. 귀가하던 여학생 수백 명이 금남로에서 군인들의 총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장면을 거리에서 배추를 파는 할매들이 목격했다. 할매들은 손녀같은 학생들이 쓰러져가는 모습에 절규하며 군인들 바짓가랑이를 잡고 막아섰다.

 

이야기를 전한 택시 운전사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지만원 씨 말대로면 그 할매들이 북한에서 온 간첩들이냐"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의 이야기에는 당시 광주에서 함께 싸우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느껴졌다.

 

광주 시민들에게 1980년 5월 광주는 민주주의 그자체 
"5.18 때, 희생된 광주 시민 생각하면 눈물 흘러"

 

궐기 대회가 막바지에 접어들자, 광주 시민들은 광주세무서를 거쳐 금남로로 되돌아오는 행진이 진행했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한 고 안병하 치안감의 아들 안호재 씨와 영화 '택시 운전사'의 주인공 김사복 씨의 아들 김승필 씨도 참석했다.

 

행진에 참여한 김승필 씨는 "저는 지만원 씨가 저의 아버지를 '빨갱이'라고 폄훼한 것에 대해 명확하게 잘못을 알리고자 이 자리에 왔다"라며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민주항쟁의 본질을 알렸을 것이고, 5.18민주화운동 폄훼에 대해서 바로 잡았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지만원 씨는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김사복 씨가 북한 공작원이 날조한 영상과 사진을 유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진 도중 눈물을 보인 시민도 있었다. 조상훈(53) 씨는 "5.18 당시 나는 중학생이었다. 나중에 5.18에 대해 배우고 나서, 돌이켜 생각해보니까 당시 상황이 이해가 됐다. 지금도 마음이 아파서 그 때 이야기하면 눈물이 난다"라고 말했다. 그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잠시 하늘을 바라봤다.

 

조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이후, 5.18유족을 안아줬을 때 펑펑 울었다"라며 "광주 사람들은 5.18에 대한 상처가 있다. 근데 대통령이 이 상처를 알아주니까 눈물이 났다. 광주 사람들이 얼마나 상처가 깊은 줄 아는가"라고 되물었다. 

 

인원이 많이 모이지 못한 것이 속상하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행진에 참여한 전 모(44) 씨는 "('5.18 망언'은) 명백하게 역사 왜곡이고, 바로 잡아야 할 것이기 때문에 나왔다"라면서 "조금 안타까운 것은 이런 집회를 연다는 것을 사람들이 잘 몰라서 많이 안 모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약 1만명의 시민들이 모였지만, 광주의 분노는 이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이날 궐기대회는 오후 6시 20분경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마무리됐다.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광주 시민들은 이 궐기대회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저마다 이야기했다.

 

한편, 이날 금남로 한켠에서는 '518 유공자와 공적조서를 공개하라'는 집회도 열렸다. 50여명이 조촐하게 모인 이 집회에서는 "가짜 5.18유공자를 가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지켜본 광주 시민들은 한숨을 쉬거나, 손가락질을 하고 지나가면서 상대 조차하지 않았다. 일부 차량은 클락션을 길게 울려 항의를 표현하기도 했다.

 

시민운동본부는 오는 23일 서울 광화문 광장 또는 국회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민중의소리=장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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