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케치] ‘전두환 구속하라’ 외친 초등학교 몰려간 보수단체

학부모들 “아이에게 상처주지 말라” 눈물

민중의소리 | 기사입력 2019/03/16 [12:46]

[현장 스케치] ‘전두환 구속하라’ 외친 초등학교 몰려간 보수단체

학부모들 “아이에게 상처주지 말라” 눈물

민중의소리 | 입력 : 2019/03/16 [12:46]

 광주 몰려온 보수단체.

광주 몰려온 보수단체.ⓒ제공 = 뉴시스

보수단체 회원들이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외했던 초등학생들의 학교에 찾아가 항의하며 추태를 부렸다. 이를 지켜보던 5월단체, 학부모들을 비롯한 광주시민들은 의연하게 대처해 충돌은 없었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어른이 뭐하는 행동이냐’고 질타했다.

15일 오전 자유연대, 자유대한호국단, 턴라이트 등 보수단체 회원 10여 명은 광주 동구에 위치한 동산초등학교로 몰려와 초등학생들의 행동을 ‘일탈행위’라고 비판하며 이 학교 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였다. 

앞서 전두환 씨가 광주지법 형사법정에 출두한 지난 11일, 법원에서 불과 30m 떨어진 동산초등학교의 일부 학생들은 창문을 열고 ‘전두환은 물러가라’, ‘전두환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이 초등학교는 이한열 열사의 모교이기도 하다. 

당시 동산초 학생들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학교에는 보수단체 회원들로 생각되는 사람들로부터 항의전화가 쏟아지기도 했다. 

보수단체들이 몰려든 동산초 앞은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부터 긴장에 휩싸였다. 이들 보수단체는 이날 오전 학교 정문 앞에서 스피커를 통해 고성을 지르며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학교에서는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일 시간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한 학부모가 보수단체 앞을 막아섰다.

“아이들에게 말할테니까, 애들 수업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확성기 꺼주세요”

아이들에게 상처 주지 말고, 어른답게 대화로 해결하자는 간곡한 호소였지만, 보수단체는 콧방귀를 끼며 이 학부모를 위협했다. 심지어 한 보수단체 회원은 “경찰한테 나 잡아가라 그래” 등 조롱 섞인 말을 하며 오히려 당당한 표정으로 웃기까지 했다.  

광주 동구 동산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보수단체의 항의에 아이들을 걱정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
광주 동구 동산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보수단체의 항의에 아이들을 걱정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민중의소리

답답한 마음에 결국 학부모의 눈에서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 학부모를 계속해서 위협하자, 5월단체와 학교 학부모들은 ‘위험하다’며 이 학부모를 끌어안으며 막아섰다. 이 학부모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저 단체들이 이렇게 하면, 아이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나 엄청 고민했어요.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이런 경우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합니까’ 계속 물었어요.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아이들은 피해를 안 받을까’, ‘그렇게 하는 게 맞나’ 고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여기 지나가면서 이 모습을 보는데, 너무 화가 났어요. 왜 우리 아이들이 피해를 받아야 합니까”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에게서 엉엉 우는 소리가 났다. 

덩달아 다른 학부모들도 눈물을 글썽였다. “울지 말어, 당당해야 해. 지금 애들 심정이 어떠하겠어”, “아이들이 더 넓게 생각해볼 기회가 됐다고 생각하자”, “아이들도 알아서 스스로 잘 판단할거야” 어머니들은 서로 위로하며 눈물을 훔쳤다. 다른 한 학부모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애국가를 제창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을 바라봤다. 

소란스러운 상황에서 어느 새 5월단체와 학교 학부모들은 보수단체로부터 어린 학생들을 지키키기 위해 정문 앞을 지켜섰다. 

애국가 제창을 마친 보수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대표는 “지난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에 출두한 날, 동산초 창문에 매달려 정치적 구호를 외친 모습을 본 국민들은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라며 “동산초에 발생한 정치 구호 제창에 다음날 대국민 사과는 하지 못할망정 무책임으로 일관했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책임자인 동산초 교장, 교감을 향해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광주시민들은 ‘뭘 제대로나 알고 말했으면 좋겠다’고 한숨 쉬었다. 40여 년간 동산초 인근에 거주하며 통장도 맡고 있다는 한 광주시민은 “동산초 교장 선생님이 젊고 부임한지 이제 2개월밖에 안됐어요. 학교 적응하기 바쁘다더구만 학생한테 뭔 선동!”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동산초 앞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도 “그럼, 자기 가족들이 죽었는데, 어린 아이들이라고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모르는 건 말이 돼요? 가족 일인데, 당연히 아이들도 알아야지요”라고 반박했다.  

아이들 마음의 상처를 걱정하는 광주 시민들도 있었다. 보수단체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저렇게 학교 앞에서 마이크로 고성을 질러대는데, 학생들이 많이 불안해할 거 같아요. 저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이런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아서, 불이익을 당했을 때도 표현을 못할까봐 걱정이 돼요”라고 말했다. 광주 시민의 눈이 보수단체 세력에게서 멀어져 학교를 향했다.

동산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대대적인 경고를 보내며 시작된 보수단체의 기자회견은 약 20분 만에 끝났다. 이들이 동산초등학교를 떠나자, 학교는 아무일이 없었다는 듯이 다시 활기를 찾았다. 숨죽은 듯 조용했던 학교는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로 가득했다.  

보수단체와 이들을 촬영하던 보수유튜버들이 완전히 떠날 때까지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보수단체의 항의 동안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동산초등학교로 항의간 보수단체와 보수유튜버들.
동산초등학교로 항의간 보수단체와 보수유튜버들.ⓒ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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