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 혁신경제의 점진적 추진만이 살길이다

좋은 정치는 정부와 국민의 공동생산물입니다

윤성식 | 기사입력 2019/07/01 [11:15]

공정경제, 혁신경제의 점진적 추진만이 살길이다

좋은 정치는 정부와 국민의 공동생산물입니다

윤성식 | 입력 : 2019/07/01 [11:15]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2월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문 대통령, 유은혜 사회부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재벌을 해체하거나 재벌에 적대적인 경제정책은 반드시 실패합니다. 현 정부도 이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미 재벌은 대한민국 경제의 현실이고 모든 것입니다. 재벌은 미워도 끌어안고 가야 할 대상입니다. 그동안 재벌이 우리 경제에 좋은 기능도 했습니다. 다만 재벌의 역기능을 어떻게 해소 해야 할까요?

 

대안은 공정경제입니다. 재벌이 중소기업을 쥐어짜고 비정규직을 착취하면 공정하지도 않을 뿐더러 비효율적입니다. 재벌이 중소기업의 혁신 기술을 뺏고 가로막는다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재벌의 갑질을 막고 고용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이 마음껏 혁신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때 가계 소득이 올라가고 경제가 성장합니다.

 

재벌은 이미 세계적인 기업입니다. 정경유착, 로비, 하청기업 착취, 기술탈취, 불법세습으로 경쟁력을 갖기보다 투명한 회계, 좋은 지배구조로 경쟁력을 길러야 합니다. 분식회계와 불법세습를 처벌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재벌에 적대적인 정책이 아니라 재벌을 혁신시키는 공정경제정책입니다. 무자비한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대한민국이라는 온실 속에서 안주하면서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재벌을 단련시켜야 합니다.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재벌의 체질이 개선되어야 세계시장에서 더욱 성공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모든 분야가 혁신의 파도에 올라타지 않으면 뒤떨어집니다. 기존의 제조업을 4차 산업혁명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AI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바로 혁신경제입니다.

산업 구조조정과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게 혁신경제입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한국경제가 심각한 전환기에 진입했습니다. 낡은 산업은 힘들고 신산업은 호황입니다. 잘 나가던 이마트마저 인터넷 쇼핑몰에 몰리고 있습니다. 차량 공유 산업이 등장하고 기존 운수업은 퇴조합니다. 한국은 재벌에 편승하지 않고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가 재벌에 얽매여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인 미국을 보면 혁신은 중소기업, 벤쳐기업, 스타트업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혁신경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한국의 재벌이 이러한 혁신을 방해하지 않고 혁신의 결과물이나 신기술을 탈취하지 않게 하는 공정경제가 필요합니다. 공정경제와 혁신경제는 상호의존적 정책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정부 출범 초기에 공정경제와 혁신경제를 내 걸었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주52 시간 근무제’의 프레임에 갇혀 공정경제와 혁신경제를 전혀 추진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연 평균 5.4% 박근혜 정부에서도 연 평균 7.4%의 최저임금이 인상되었는데 단계적 인상인 탓으로 시장이 적응했습니다. 현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을 각각 16.4%, 10.9%씩 올렸습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하다 보니 근근이 버텨오던 자영업자와 한계기업이 힘들어진 것입니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비정상적으로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습니다. 복지가 미비하여 퇴직자들이 자영업으로 몰리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자영업은 폐업이 계속 늘고 자영업자의 부채가 증가하여 한국경제의 뇌관이라고 했습니다. 어차피 일부 자영업은 정리되어야 했습니다. 힘들게 지금까지 버텨오던 자영업자에게 현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불을 질러 경제가 더욱 악화된 것입니다.

 

주52 시간 근무제는 탄력근무제의 단위 시간을 확대하여 보완하고 산업별, 직무별로 차별화된 적용을 하면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민을 위한 정책인데 대부분의 국민이 불만인 것을 보면 과연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에 더 이상 관심 가질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빨리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 근무제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대한민국 경제 시간표를 위해 공정경제와 혁신경제를 추진해야 합니다. 정부 출범 초기에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공정경제와 혁신경제를 추진했어야 했는데 많이 늦었습니다.

현 정부도 과거 정부가 초래한 누적된 경제문제를 내 책임이다 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점진적으로 가야 합니다. 급격한 추진은 또다시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으며 그러한 부작용은 야당과 언론의 집중 공격을 유발하고 그로 인해 공정경제와 혁신경제도 주저 앉습니다.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현 정부가 과연 공정경제와 혁신경제를 해낼 힘이 있을지 걱정됩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다면, 최저임금을 현 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돌려놓음으로 우리 경제가 즉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나?”라며 “정부가 그런 조치를 했다고 가정해도 자영업자의 부담이 조금 가벼워질 뿐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적 측면에서 이렇다 할 개선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모든 경제문제가 최저임금 때문인 것으로 비판하면 문제해결에서 멀어집니다. 최저임금 때문에 조선업, 철강업, 자동차, 반도체, 휴대폰이 안 팔리는 게 아닙니다.

 

▲윤성식 /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우리 경제의 누적된 문제를 언제까지나 과거 정부의 탓으로 돌리고 있을 수만은 없지만 지나치게 치우친 시각으로 정부와 여당을 궁지에 몰면 결국 우리에게 손해로 돌아옵니다. 궁지에 몰린 정부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공정경제와 혁신경제를 외면한 채 금방 효과가 나타나는 임시응변적 정책만을 추진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52 시간 근무제의 경직된 적용은 실패한 정책입니다. 아무리 정부가 미워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비판해야 우리에게 이익입니다. 과거에는 나라가 어려우면 리더의 잘못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리더와 국민의 공동 책임으로 인식합니다. 정부와 국민은 정치를 공동으로 생산합니다. 좋은 정치는 정부와 국민의 공동생산물입니다.

 


* 필자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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